일본의 간선 철도망 노선은 이미 1920년대에 완성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노선명에 '본선'이 들어간 노선 대부분은 이미 이때 존재했습니다. 홋카이도 철도 노선망은 무로란 본선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빼면 1920년대가 지금보다도 더 나은 것 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경술국치 이후였기 때문에 일본의 철도 시각표 책자에도 조선의 철도 노선이 나와 있습니다.
이른바 '문화 통치 시기'의 절정을 이루던 1920년대. 일제는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대륙으로의 야욕을 펼치기 위해 한반도에 철도 노선을 부설합니다. 경술국치 이전에도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철도 노선을 부설했으며 이렇게 부설된 철도 노선은 일본과 중국을 이어 주며, 일제의 침략을 보여 준 것이라는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의 철도 상황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철도는 어떤 시간표였는지는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부산~서울간을 12시간만에 운행했다' 정도입니다.
그러나 JR 발족 30주년을 맞이하여 JTB 퍼블리싱에서는 자사가 발행한 시각표 책자 중 일부를 복각판으로, 전자책으로 공개했습니다. 그 중에는 무려 1925년 4월 발행된 기차시간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당시 조선의 철도는 '남만주 철도'가 운행하는 사철이었기 때문에 주요 역 시각표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각표를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우리의 철도 운행 현황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부, 경의선은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완전히 도카이도/산요 본선에서 운행하는 연계 열차의 번호를 그대로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시모노세키까지 가는 열차가 1호 열차라면, 그 열차와 연계되는 부산발 열차도 1호 열차인 것입니다. 산요/산인/가고시마, 나가사키 본선이나 도호쿠 본선/세이칸 연락선/하코다테 본선과 같이 경부선은 도쿄에서 뻗어 나오는 하나의 노선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단순한 철도 시각표조차도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의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철도 노선
1925년 4월 시각표 한반도의 철도는 '満鉄朝鮮線'(만철조선선), 즉 만주 철도 조선선으로 나와 있습니다. 1925년까지 조선총독부는 만주 철도에 조선의 철도 운영을 위탁했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때 국권을 빼앗기고, 철도도 빼앗긴 현실을 잘 나타내 주는 사료입니다.
아래는 철도 시각표에 적혀 있는 한반도 내 노선입니다. 일부 역만 표기를 했습니다. 순서는 시각표 책에 나온 순서입니다.
- 호남선: 대전, 강경, 이리(현재 익산), 군산, 정읍, 송정리, 목포
- 경부본선: 부산, 삼량진, 대구, 김천, 추풍령, 대전, 천안, 수원, 영등포, 용산, 경성
- 경의본선: 경성, 수색, 개성, 사리원, 황주, 평양, 신안주, 정주, 신의주, 단둥
- 경인선: 경성, 용산, 영등포, 인천
- 경원선: 경성, 용산, 고산, 원산
- 함경선: 고원, 정평, 함흥, 전진, 신포, 양화, ...
운행 현황
이번 편에서는 경부, 경의, 경인선을 살펴보고, 다음 편에서 호남선과 경원선, 함경선 등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25년 4월 열차시간표 기준입니다.
경부, 경의선
1925년 4월 당시 시각표는, 경부, 경원선은 혼슈의 도카이도 본선/산요 본선과, 시모노세키~부산간 선박과 100% 연계된 시간표가 짜여져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 중국(단둥)으로 가는 목적으로 이용되었던 것이죠. 구간 운행 열차도 있었지만 전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무조건 도카이도/산요 본선과 시각표 연계가 되어 있었고, 장춘에서는 베이징 등으로 가는 열차와 연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부, 경의선 시각표는 도쿄와 중국을 이어 주는 열차를 우선적으로 넣은 뒤, 남은 시간대에 추가로 열차를 넣는 기형적인 형태입니다.
열차 번호는 0번대는 경부, 경의선 전구간 운행 열차가, 10번대는 경부선 구간 운행 열차가, 20번대는 경의선 구간 운행 열차가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0번대 열차 번호는 도카이도 본선에 종속되어 먼저 출발하는 열차 번호가 나중에 출발하는 열차 번호보다 늦기도 했습니다.
경부선 운행 편성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대전-경성간: 2왕복
- 대구-대전간: 2왕복
- 부산-경성간: 3왕복(이 중 1왕복은 급행열차)
- 부산-대전간: 1왕복
경성-단둥간 경의선은 부산~경성 전구간을 운행한 열차가 그대로 평양, 신의주를 거쳐 단둥, 봉천(현재 선양), 장춘까지 운행했습니다. 장춘역에서 중국 각지(칭다오, 베이징 등)로 가는 열차로 환승 가능했습니다. 이외 구간 운행 열차가 있었습니다. 경의선 운행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경성-장춘간: 3편
- 평양-단둥간: 1편
- 용산-평양간: 1편
아래 시각표에 만주 시간이 적혀 있는데, 시차는 1시간입니다. 일본 시간으로 정오였다면 만주 시간으로는 오전 11시 입니다.
아래 시각표는 시종착역 위주로 일부 역만 나와 있습니다. 도쿄~장춘간 연계열차를 포함한 전체 시각표는 1924년 10월 11일 개정 남만주철도 경부, 경의선 시각표 (일제강점기)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행 시각표 (경성, 신의주 방면)
하행 방면 철도 시각표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일부 역만 표시) 24시가 넘어가는 시간은 익일입니다. 굵게 표시한 열차가 부산에서 경성, 평양을 거처 장춘까지 운행한 열차입니다.
- 11호: 대전 6:00 - 천안 8:03 - 수원 9:57 - 경성 11:35
- 13호: 대전 11:55 - 천안 14:37 - 수원 16:56 - 경성 18:40
- 15호: 대구 5:30 - 대전 12:10
- 17호: 부산 5:45 - 대구 10:10
- 7호(급행): 부산항 9:10 - 대구 11:46 - 대전 14:20 - 천안 16:47 - 수원 18:01 - 경성 19:00(착) 19:20(발) - 개성 20:11 - 평양 25:15(착) 25:25(발) - 신의주 7:20(이하 익일) - 단둥 7:30(착) 7:00(발, 이하 만주 시간) - 장춘 20:00
- 5호: 부산 10:50 - 대구 14:05 - 대전 18:15 - 수원 21:15 - 경성 22:25(착) 22:50(발) - 개성 24:37 - 평양 5:17(착, 이하 익일 시간) 5:30(발) - 신의주 11:00 - 단둥 11:10(착) 11:00(발, 이하 만주 시간) - 장춘 익일 7:00
- 25호: 평양 7:50 - 신의주 16:35 - 단둥 16:45
- 19호: 부산 14:00 - 대구 18:35 - 대전 23:45
- 1호: 부산항 20:00 - 대구 23:15 - 대전: 27:26 - 천안 29:06 - 수원 30:32 - 경성 8:45(착) 8:05(발, 이하 익일 시간) - 개성 9:53 - 평양 14:24(착) 14:35(발) - 신의주 20:40 - 단둥 20:50 (착) 20:40(발, 이하 만주 시간) - 장춘 익일 16:00
- 27호: 용산 11:45 - 경성 11:52 - 개성 14:20 - 평양 20:55
연계하는 열차의 주요 정차역은 시각표 책자에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교토, 오사카, 고베, 시모노세키로 적혀 있습니다. 도쿄 출발 기준 오사카까지 약 12시간, 시모노세키까지 24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경부선은 도카이도/산요 본선에 종속되었기 때문에 열차 번호도 밤에 출발하는 것이 1호 열차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동하면 도쿄~경성간 이동 시간은 약 47시간이 걸렸습니다.
상행 시각표 (부산 방면)
- 2호: 장춘 13:20 - 단둥 7:15(착, 여기까지 만주 시간) 9:05(발) - 평양 15:06(착) 15:18(발) - 개성 19:55 -경성 21:35(착) 22:00(발) - 수원 21:14 - 천안 24:37 - 대전 2:23(이하 익일) - 대구 6:32 - 부산항 9:30
- 12호: 대전 5:30 - 대구 12:25 - 부산 16:45
- 26호: 평양 8:10 - 개성 14:25 - 경성 4:30(착) 4:44(발) - 용산 4:50
- 28호: 단둥 11:20 - 신의주 11:33 - 평양 8:15
- 6호: 장춘 22:30 - 단둥 익일 16:45(착, 여기까지 만주 시간) 18:35(발) - 신의주 18:50 -평양 24:10(착) 24:22(발) - 개성 5:16(이하 익일) - 경성 6:55(착) 7:15(발) - 수원 8:30 - 천안 9:55 - 대전 11:40 - 대구 15:53 - 부산 20:50
- 8호(급행): 장춘 8:00 - 단둥 20:00(착, 여기까지 만주 시간) 22:30(발) - 신의주 22:43 - 평양 3:56(착) 4:06(발, 이하 익일) - 개성 8:11 - 경성 9:40 (착) 10:00(발) - 수원 10:56 - 천안 12:56 - 대전 13:33 - 대구 17:25 - 부산항 20:10
- 14호: 대구 19:15 - 부산 23:50
- 16호: 대전 16:45 - 대구 21:00
- 18호: 경성 11:30 - 수원 23:40 - 천안 16:05 - 대전 19:05
- 20호: 경성 17:00 - 수원 18:47 - 천안 20:48 - 대전 23:00
하행선과 마찬가지로 상행 열차도 도카이도/산요 본선과 일체화되어 있습니다. 2호 열차의 경우 부산(10:30) - 시모노세키(18:30)간 선박 2호, 시모노세키(8:45) - 도쿄(20:30)간 2호 열차와 시각표 연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8호 열차의 경우에도 부산(21:30) - 시모노세키(익일 7:00)간 8호 선박, 시모노세키(9:45) - 도쿄(익일 12:15)간 6호 열차와 연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경인선
당시 시각표 기준으로 경성-인천간은 하루 13왕복 운행했으며 그 중 2편은 급행열차였습니다. 보통 열차는 경성-인천간이 1시간 20분, 급행열차는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경인선의 당시 운행 시각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굵은 색으로 표시한 것이 급행열차입니다. 급행열차는 추가로 급행권이 필요했습니다.
- 경성역 출발: 6:35, 7:40, 8:30, 9:15, 10:15, 11:10, 12:40, 14:45, 16:20, 17:40, 18:35, 20:35, 22:30
- 인천역 출발: 6:00, 7:05, 8:05, 9:10, 11:10, 12:55, 14:55, 16:05, 17:15, 18:15, 19:20, 20:45, 22:40
경인선 주요 역(경성, 용산, 영등포, 인천)의 시각표는 1924년 5월 1일 개정 남만주철도 경인선 시각표 (일제강점기)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제 강점기 철도 시각표 연구에 도움이 되는 철도 시각표 복각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時刻表復刻版(戦前・戦中編より) 1925年4月号 : 전자책 있음 (Google Play Book)
- 満州朝鮮復刻時刻表 : 전자책 없음
제 블로그에서 인용한 1924년/1925년 시각표는 時刻表復刻版(戦前・戦中編より) 1925年4月号가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