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마녀의 여행"을 봤습니다. 동명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은 2020년 4분기에 방영되었습니다. 2020년 애니플러스 캐릭터 토너먼트 (애캐토)에서 마녀의 여행의 주인공인 일레니아가 1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녀이자 여행자인 일레이나의 시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이것저것 고민해 보도록 하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귀엽고 예쁜 마녀가 여행하는 훈훈한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다 보고나니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는 무게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일레이나"는 14세의 나이로 견습 마녀 시험을 통과하고 15세의 나이로 마녀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 읽었던 "니케의 모험담"에 있던 여행을 동경하여, 마녀가 되고 여행을 다닌지 3년차입니다. 구성 자체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모음으로, 한 화에 한 곳 또는 두 곳 정도를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c) 시라사기 조우기 / 마녀의 여행 제작위원회 (애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인용했습니다) |
스포일러 없는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내용부턴 스포일러성 내용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마녀의 여행은 애니플러스에서 2020년 4분기에 방영되었고, 지금은 애니플러스/라프텔 등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1화 가격이 애니플러스에서는 VOD 350원/다운로드 700원인 반면, 타 플랫폼에선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합법으로 스트리밍/다운로드하는 방법
아래 내용부터 진짜 스포일러입니다. 전 라노벨은 안 보고 애니메이션만 봤습니다.
1화~2화: 여행의 시작
만 14세의 나이로 수습 마녀 시험을 통과한 일레이나. 그런데 성격이 마이페이스 성향이 강합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기도 하구요. 갖은 고생 끝에 스승인 프랑을 만나고, 15세에는 마녀 칭호를 받습니다. 스승으로부터 마녀의 브로치를 받게 됩니다. "재의 마녀 일레이나"는 이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3년이 지난 후, 18세가 된 일레이나는 마법사의 나라에 갔다가 브로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야"라는 마도사가 브로치를 숨겼기 때문인데요, 이를 들킨 사야는 결국 일레이나에게 브로치를 돌려줍니다. 마녀 견습생 시험에 여동생만 붙었었는데, 이로 생긴 외로움으로 인해 벌인 일이었습니다. 일레이나는 사야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3화~7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여행을 이어나간 일레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상황에 마주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습니다. 일레이나는 단순이 "여행자"이기 때문이지요. 2화까지의 훈훈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점점 이야기가 무거워집니다.
3화는 "꽃처럼 가련한 그녀", "병 속의 행복" 두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꽃처럼 가련한 그녀"는 이미 꽃이 되어 버린 여동생을 찾은 오빠가 자기 자신도 꽃으로 변하는 이야기입니다. "병 속의 행복"은 집안의 '노예'에게 병 속에 담긴 행복한 기억들을 선물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 행동이라도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일레이나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4화 "백성 없는 나라의 왕녀"는 신분 차이로 소중한 애인이 처형당한 왕녀의 원한을, 아버지를 괴물로 만들어서 죽이는 이야기입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시 일레이나는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5화 "왕립 세레스텔리아"는 꽤 밝은 이야기입니다. 왕립 마법 학교 학생들에게 쫓기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일레이나의 스승인 프랑 선생이 시킨 일이었습니다. 스승님과 재회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죠. 프랑 선생이 근무하고 있는 왕립 마법 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르침의 즐거움을 얻습니다. 마지막 날 학생들에게 배웅받은 일레이나는 의기양양하게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6화, 7화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6화 "솔직한 나라"는 적당한 거짓말은 인간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일종의 윤활유라는 교훈을 줍니다. 100% 진실만 말하면 서로 싸우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죠. 7화 A파트인 "여행자가 새기는 벽"은, 마을은 관광객이나 여행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B파트인 "포도 밟는 소녀"는 서로 앙숙이던 이쪽 마을/저쪽 마을이 일레이나 덕분에 화해하고 '포도 던지기 축제'가 생기게 됩니다.
8화: 일레이나, 사건에 휘말리다
이번 8화 "살인마"에서 일레이나는 처음으로 사건에 휘말립니다. 인형이 특산품인 나라에 온 일레이나는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머리카락이 잘리게 됩니다. 긴 잿빛 머리가 특징이던 일레이나는 단발머리가 되어버리죠. 머리카락을 잘라 가는 사건이 나라에 너무 많아서 "살인자"라고 불리게 됩니다. 잘린 머리카락은 인형을 만드는데 쓰였구요. 다행히 마녀 총괄 협회에서 나온 마녀와 함께 협동해서 범인을 찾고, 잘린 머리키락도 되찾게 됩니다.
항상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했던 일레이나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처음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일레이나가 사건에 처음 휘말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화에서 사야가 브로치를 훔쳐간 적이 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론 훈훈한 이야기였으니 본격적인 '사건'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9화: 충격의 9화
이 작품에는 일부 자극적인 표현이 포함됩니다. 아동 및 청소년의 시청에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녀의 여행"이라는 작품이 단순히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시점부터 9화 "거슬러 올라가는 한탄"입니다. 유일하게 "경고"가 붙은 에피소드로,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분들은 이 에피소드는 건너뛰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행을 하다가 돈이 다 떨어진 일레이나는 돈을 많이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에스텔과 과거로 가서 과거를 바꾸기로 합니다. 에스텔의 가장 친한 친구인 셀레나는 강도에 의해 부모가 죽은 뒤, 친척 집에서 자라게 되나 결국 비뚤어지게 되어 살인귀가 되어 버립니다. 이 살인귀는 친구였던 에스텔이 직접 손으로 죽인 상태입니다.
에스텔은 이 불행했던 과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의 마력과 피를 희생해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만듭니다. 그리고 일레이나와 마력을 공유하는 반지를 낀 채로 과거로 갑니다. 셀레나의 부모를 죽인 강도를 미리 죽여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죠. 일레이나는 과거를 바꾸면 돌아간 미래도 많이 바뀌어져 있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일레이나: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10년 후로 돌아갔을 때 전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겠네요.
에스텔: 그렇지는 않아. 아무리 과거에 간섭해봤자 내가 셀레나를 죽인 미래는 바뀌지 않아. 즉 우리가 돌아가는 건 원래의 세계지만, 살인귀가 태어나지 않은 이 세계는 전혀 다른 시간축으로 존재하게 돼.
일레이나: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그럼 이게 무슨 의미가 있죠?
에스텔: 정말 실례되는 질문이네.
일레이나: 우리 세계의 셀레나 씨는 처형된 그대로잖아요.
에스텔: 의미가 있어. 내 마음의 한을 풀 수 있잖아. 그 애가 구원받은 미래가 어딘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일레이나: 그런 건가요...
-- 9화 11분 28초 ~ 12분 21초 (애니플러스 영상 기준)
이 대화가 굉장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셀레나를 죽인 미래는 바뀌지 않아."를 제외한 모든 대사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셀레나는 이미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어머니에게 폭력을 당해서 이미 비뚤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고, 이를 방해한 에스텔도 칼로 찔러서 공격했습니다. 뒤이어 이 상황을 목격한 일레이나까지 죽이려고 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던 희망, 즉 셀레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에스텔은 자신의 손으로 셀레나를 죽여버립니다. 셀레나가 죽기를 원치 않았던 일레이나는 마력을 공유하는 반지를 빼 버리지만, 에스텔은 자신의 추억을 희생해서 마력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공중에 매달린 셀레나는 목을 조인 원통에 의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됩니다.
과정은 달랐지만 "셀레나를 죽인 미래"는 바뀌지 않았고, 에스텔은 자신의 마음의 한을 풀어버리긴 커녕 셀레나와의 모든 기억까지 사라져 버립니다. 그 애가 구원받은 세계는 없습니다. 에스텔은 셀레나를 구원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일레이나는 아무런 기운 없이 축 늘어진 에스텔을 버려둔 채로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밖에서 일레이나는 "너무나 미숙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라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구원하고자 했던 셀레나를 결국 두 번이나 죽인 에스텔의 마음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추억이 끔찍한 기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이를 댓가로 마력을 만들어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미숙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라는 대사도, 일레이나가 그동안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그동안 일레이나는 각종 사건/사고에서 회피하는 모습만을 보여줬으나, 이번 9화에서 처음으로 사건에 직접 관여합니다. 이런 사건/사고에 관여하는 것이 옳은건지, 아니면 남 일인셈 치고 신경조차 안 쓰는 것이 옳은건지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스크린샷을 첨부하면 설명이 더 잘 될 텐데, 스크린샷 넣었다가는 애드센스 광고가 잘릴 것 같군요. 표현도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본이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잔인한 에피소드지만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10화/11화: 그 스승과 그 제자
10화 "두 사람의 스승님"은 일레이나의 스승인 프랑, 사야의 스승인 실라, 그리고 두 스승의 스승이었던 니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격이 정반대인 프랑과 실라는, 니케에게 수련을 하면서 계속 싸웠었는데, 일종의 도적 패거리인 "골동당"을 같이 퇴치하면서 친해지는 이야기입니다.
11화 "두 사람의 제자"도, 일레이나와 사야가 협동하여, 20년만에 부활한 "골동당"을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일레이나와 사야가 몸이 바뀌었고, 일레이나가 모르고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연 것이 사건의 발단입니다. 이 상자에 있던 독가스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못하게 하는 가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결국 사건을 수습하고 골동당 일당을 전부 체포합니다.
사야는 일레이나에게, 사야의 여동생은 사야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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