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명절을 맞아 "케이온!" 시리즈를 보고 든 옛날 추억들

icon
바람 · · 수정: · 댓글 2개

이번 명절을 맞아 "케이온!" 시리즈를 보았습니다. 아실 분들은 다 아실테니 내용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감상과 옛날 추억 위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케이온에 대한 감상

저에게 있어서 케이온은 추억의 만화입니다. 럭키스타, 내여귀, 빙과 등등 쟁쟁한 애니는 많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케이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케이온이라는 작품이 이른바 '모에계 애니메이션'에 큰 획을 그었기도 하고, 개인적인 추억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케이온이란 초반에는 즐거웠다가 마지막이 되면 살짝 슬퍼지는 작품입니다, 작품 초반부에 경음부가 결성되고 아즈사가 들어오는 부분, 즉 1기를 볼 때는 즐겁고 놀랍습니다. 단 2년이라는 시간만에 밴드를 결성하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 하구요. 주인공 5인방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즐겁기도 하구요.


2기를 볼 때는 마치 주인공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는 느낌입니다. 1학년/2학년 분량을 단 12화만에 쏟아낸 것을 만회하려는듯이, 매우 세세하게 작품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세세하게 전개되는 만큼 분위기도 느긋하기 때문에, 2기의 전반부(12화까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2기 후반부에 들어서면 살짝 슬퍼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기말시험부터 졸업에 해당하는 20화~24화를 볼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졸업과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졸업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글퍼집니다. 이별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걸까요? 하지만 졸업을 안 하고 영원히 고등학생일 수는 없으니까, 좋은 미래를 위해 나아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합니다.

 

다행히 그 뒤에 번외편과 극장판이 있습니다. 이미 24화를 보면서 무거운 마음은 다 털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합니다. 본편은 다 끝났지만 아쉬우면 처음부터 다시 보면 된다는 마음이 들거든요.

꼴랑 애니 하나 보면서 기뻤다가 슬펐다가 하는 것이 이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케이온을 보고 일본 자유여행을 결심하다

 

케이온 2기의 번외편 3편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애니입니다. 이 편을 통해 일본 자유여행에 관심이 생겼고, 그에 따라 일본 철도에도 관심이 생겨서 이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케이온을 안 봤다면 제가 일본에 갈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번외편 3편인 '기획' 편은 경음악부 부원들이 졸업 여행 기획을 하는 편인데, 저는 이 편을 보고 일본 자유여행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은 패키지 여행으로 가야 한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음악부 부원들이 영국 여행을 기획하는 것을 보고 그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몇년이 지난 뒤 애니메이선의 무대탐방, 이른바 '성지순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것을 보고 "케이온!" 등 인상깊었던 작품 몇 개의 성지순례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넓더군요. 장거리 이동을 하려면 철도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성지순례를 위해선 장거리 철도여행이 불가피합니다. 조사를 하다 보니 장거리 철도여행도 은근히 재밌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처음부터 일본 전역을 돌면서 성지순례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1차로는 테스트 겸 도쿄 성지순례를, 2차로는 성지순례를 겸한 장거리 철도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1차 여행의 목표는 호텔 밖에 나가서 밥 먹고 지하철 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일본어는 할 줄 모르고, 일본 여행도 한 적이 없으므로 정상적인 여행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첫 발을 띄는 것이 중요하므로, 호텔에 있으면서 편의점 음식만 먹을지라도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지하철/기차 타는 것은 쉽더군요. 지도 보고 지하철만 타면 호텔로 돌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용기를 내어, 도쿄에서 조금 거리는 있지만 가고 싶었던 곳을 갔습니다. 사이타마에 있는 '철도박물관', 타마시에 있는 '귀를 기울이면' 성지순례, 그리고 일본에서 제일 깊은 역인 '도아이역' 탐방 등 도쿄 근교 여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하지만 많은 삽질을 했습니다. 로밍을 해 갔으니 구글맵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로딩이 느렸습니다. 사철노선 같은 경우 안내방송이 일어만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고생도 했습니다. 열차 시각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시간을 버리거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돌아서 가는 등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일정을 휴대폰에만 넣어 갔지만, 배터리가 다 되어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2차 여행 때는 열심히 준비를 해서 일부 일정을 빼고 전부 다 계획대로 진행하였습니다. 오사카에서 호쿠리쿠를 거쳐 홋카이도까지 가야 하는, 2000km 정도의 긴 여정이었으나, 조금 헤맨 것 빼고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1차 여행에서 발견된 문제를 보완했습니다. 가야 할 곳의 이동 경로 및 열차 시각표(앞차/뒷차 등 포함)는 휴대폰 뿐만 아니라 종이에 프린트를 했습니다. 신칸센 탔는데 길 잃으면 큰일이니까요. 또한 현지에서 시각표 책자도 구입하여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철도 안내 방송을 미리 듣고 가서, 영어 방송이 없더라도 내릴 역은 파악할 수 있도록 공부도 했습니다.

 

 "케이온!"의 성지 토요사토 소학교 방문을 비롯하여 제가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성지 방문에 성공하였습니다. 토요사토 소학교 이야기는 밑에서 다시 한번 하겠습니다. 철도 여행을 겸한 만큼 세이칸 연락선 핫코다마루, 우스이 고개 철도문화마을 등 철도 유적지 방문도 했습니다. 아키하바라에서 가벼운 쇼핑 하는 것도 당연했구요. 많은 삽질 끝에 예약한 증기기관차 견인 관광열차를 타면서 옛날 열차 체험도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휴식은 기차 안에서 취하면 된다, 일정이 어긋나면 관광지는 버리고 성지순례만 한다는 마인드로 일부러 일정을 빽빽하게 잡았습니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서 반 정도는 기차 안에서 에키벤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부족한 잠은 신칸센에서 자면서 채웠습니다. 날씨 상황을 보고 열차 내에서 방문지 순서들을 조절했습니다. 읽지도 못하는 시각표 책자 펴놓고 삽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고 싶었던 곳은 다 갈 수 있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일정이 1분이라도 어긋나면 다음 열차를 놓치고, 최악의 경우에는 다음 숙소에 갈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차 한 대 정도는 놓쳐도 숙소는 갈 수 있게 계획을 짰습니다. 하지만 열차를 놓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토요사토 소학교 방문 회고


2차 여행 때 드디어 토요사토 소학교에 방문을 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하려고 구구절절 글을 썼습니다. 아마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아시겠지만 토요사토 소학교는 사쿠라가오카 여자고등학교의 모델이 된 학교입니다. JR이나 대형 사철은 없고, 지방 사철 중 하나인 오미 철도의 토요사토역에서 도보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토요사토까지 가는 험난한 길

토요사토역까지 가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일단 마이바라역까지는 신칸센을 타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JR은 영어 안내 방송도 해 주고, 안내판에도 영어가 있습니다. 간선 노선을 운행하는 만큼 외국인도 많이 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미 철도는 현지인이 이용하는 지방철도입니다. 외국인이 탈 일은 거의 없기에, 영어 안내 방송은 커녕 영어 표지판 자체도 부족합니다. 심지어 마이바라역에서 열차표를 사는 것 부터 문제였습니다. 자동판매기가 없고 매표소에 가서 표를 사야했기 때문입니다. 시골 지방사철의 매표소 직원이 영어를 할 리는 없고.. 역 이름을 몇번 반복해서 말하니 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미 철도 노선도
(c) ButuCC, CC-BY-SA 3.0 (link)

 

하지만 열차를 타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상 상황 때문에 관광지를 하나 버린 상황이라, 예상보다 마이바라역 도착 시각이 빨라졌습니다. 이 열차가 토요사토역까지 가는지, 아니면 중간 종착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열차인지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공교롭게 번역기가 동작하지 않으면서 실패했습니다. 막 짜증을 내려 하길래 그냥 왔습니다.

역 시간표에는 적혀 있지만 일어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제일 위에 있는 역이 마이바라, 그리고 굵은 파란색 노선 중간에 토요사토역이 있습니다. 만약 열차가 빨간색 노선으로만 다니는 열차였다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열차 앞에도 행선지가 적혀 있지만 일어를 읽을 수 없으니 무용지물입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으니 열차를 탄 뒤에 안내 방송을 들어보기로 합니다. 일어를 모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안 갈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약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면 거꾸로 되돌아와서 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열차의 행선지를 파악하는 것도 고생이었습니다. 오미하치만행 열차나 키부카와행 열차를 타면 성공이고, 타가타이샤마에행 열차를 타면 실패입니다. 초집중을 해서 일어 안내 방송을 들어 보니,. 방송이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욧카이치'라는 단어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지명은 못 들었지만 "OO 방면 OO행"이라는 것도 들었습니다. 타가타이샤마에까지는 구간이 짧아 OO 방면 OO행이라고 안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열차를 제대로 탄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분기역인 타카미야역을 떠나기 전까지는 긴장을 풀지 못했습니다. 안내 방송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구글 지도를 보고 열차가 토요사토 방향으로 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풀었습니다.


이제는 운임을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원맨열차를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토요사토역은 시골역이기 때문에 내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눈치껏 다른 사람 내리는 것을 관찰해서 내리는 방법을 공부했습니다.

집중해서 알지도 못하는 일어 안내방송도 듣고, 내리는 방법도 몰라서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는 등 정신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열차가 어느 역에 있는지도 몰라서 구글 지도 보면서 갔습니다. '토요사토'라는 단어가 들리기를 기다리면서요.


드디어 토요사토 소학교를 보다

역에서 내려 구글 지도 보면서 토요사토 소학교로 갔습니다. 데이터 로밍이 3G였기 때문에 로딩이 느렸습니다. 느린 로딩을 참으면서 겨우겨우 이동을 했습니다.

토요사토 소학교에서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루를 보냈던 교실, 방과 후에 티타임을 가졌던 음악실, 축제 공연을 했던 강당, 그리고 계단의 거북이까지. 토요사토에서 보냈던 두 시간은 마치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 곳을 제 발로 밟기 위해 비행기도 타고 신칸센도 타고 지방 사철도 타서 갖은 고생 끝에 온 것입니다.

방문 당시 찍었던 사진 몇 개를 공유합니다.


케이온을 본 사람이라면 아는 '그 학교'입니다. 사쿠라가오카 여자고등학교의 모델이 되었던 토요사토 소학교 구 교사입니다. 애니 팬 입장에선 거의 문화재급인 장소네요. 실제로도 건축학적 의미가 있어서 문화재이긴 합니다.

유이가 저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 기억하시는 분 많으시죠? 저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유이가 식빵을 입에 물고 뛰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운데 분수가 살짝 보이기도 하구요. 갑자기 이때가 그리워집니다ㅠㅠ


케이온을 보신 분들이라면, 정확한 장면은 기억이 안 나셔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계단을 걸어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네요.


마치 티타임이 펼쳐질 것 같은 음악실입니다. 원래 여기에 굿즈들이 많았었으나 도난사고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칠판에는 케이온에 대한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 날에는 한국어 문구는 없었습니다.

칠판도 찍고 의자도 찍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때 제가 사진을 안 찍었나봅니다. 찾아봤는데도 사진이 없더라구요. 책상 위에 케익 모형도 있고 했는데..



굿즈는 별관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케이온 관련 서적, DVD, 피규어, 입간판, 색지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케이온 굿즈도 팔았다던데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케이온 굿즈는 다 나간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토요사토 오리지널 굿즈를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찍은 사진이 더 있긴 한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토요사토 소학교는 아직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굿즈가 전시되고 있는 그 곳이 관광안내소이기도 하구요. 주변에는 신사를 비롯한 여러 관광지도 있지만 저는 시간 관계상 방문하진 않았습니다. 식당도 점심 시간에만 영업하는 식당이 있고, 숙박 시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토요사토 역 앞으로는 도카이도 신칸센이 지나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열차 기다리면서 신칸센 찍으면서 놀았습니다. 노조미가 5분~10분 간격으로 지나기 때문에 지나는 열차 찍기는 쉽습니다. 반대편에 온 열차 사진도 찍기는 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열차 잘못 탈 까봐 걱정은 안 했습니다. 아무거나 타도 마이바라역까지 가니까요. 설령 중간종착 열차를 타더라도 다른 사람 따라서 갈아타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탄 열차는 목적지인 마이바라역까지 바로 가는 열차였습니다.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사토 역 앞에 빵집이 있습니다. 빵이 매우 맛있습니다. 빵집에서 빵을 산 뒤에 역 의자에 앉아서 먹으면 매우 꿀맛입니다. 평범한 맛이지만 왠지 맛있습니다. 나중에 방문하실 일 있으시면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토요사토역에서 마이바라역으로 돌아왔을 때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한 외국인이 정기권 구역 바깥으로 열차를 타고 온 상황입니다. (분명히 저는 일본어를 몰랐는데 왜 이 상황이 파악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아까 저에게 짜증낸 그 분이더군요. 그 때 짜증만 안 내셨어도 영어로 도와줬을텐데. 한 번 노려보고, 운임과 정리권 주고(놓음과 던짐 그 사이였습니다), 무시하고 갈길을 떠났습니다. 사소한 복수라고 해야할까요 ^^

 

이 날은 마치 꿈 속을 돌아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생 끝에 "케이온"의 그 장소에 왔다는 안도감, 보고 싶었던 장소를 봤다는 기쁨, 그리고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합쳐진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기차에 타는 순간까지도 매우 신비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성지순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떠남에 대한 아쉬움이 겹치는..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에는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카나자와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잠결에 "이웃집 토토로" 멜로디가 들려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정체는 바로 사바에역 열차 접근 멜로디였습니다. 애니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노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바에역 접근멜로디가 교체되어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참고: 사바에역 "이웃집 토토로" 접근멜로디)



뒤늦게 굿즈를 사다

여행 이야기에 이어 케이온 굿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토요사토 소학교에 있는 굿즈, 살 수 있다면 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못 샀죠... 이제는 케이온은 추억 속에 묻어 두려고 합니다. 피규어는 국전에 중고품이 있긴 한데 살 이유는 없는 것 같고요. 블루레이 박스는 좀 땡기긴 하는데 다 사면 정가 기준 7만엔이더라구요. 관세/배송비까지 하면 100만원... 어짜피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것들인데 100만원이나 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추억 속에 묻었습니다.


대신 마음을 정리할 겸, 합법적으로 케이온 본편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정도로만 굿즈를 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TVA는 판권이 살아 있어서 네이버에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극장판은 판권이 사라졌더군요. 음악도 일부 곡들이 재생 제한 상태였구요. 그래서 극장판 블루레이하고 K-ON! MUSIC HISTORY'S BOX 정도는 샀습니다. 이 정도 샀으면 추억 속에 묻어둘 만 한 것 같아요.

극장판 블루레이는 한국판/일본판 둘 다 샀습니다. 원래 한국판을 샀습니다. 그런데 스페셜 피처 영상 화질이 안 좋더군요. 그래서 일본판, 그것도 운이 좋게 한정판으로 구했습니다. 그럴 바에야 왜 처음부터 일본판을 안 샀냐? 한국판에는 한국어 더빙이 있습니다 ^^ 논리적이라면 그건 '덕질'이 아니죠. 참고로 한국판은 다 팔려서 더 이상 구할 수 없습니다...

K-ON! MUSIC HISTORY'S BOX는 케이온과 관련된 모든 음악 및 OST가 수록된 CD 박스입니다. CD 12장, 플레이시간은 11시간 45분입니다... 다만 음악 중 instruments 트랙(보컬이 빠진 트랙)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제 와서 싱글하고 앨범 구할 바에야 저거 하나 사고 퉁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이젠 이 것도 슬슬 물량이 말라가는 것 같네요. 이 것도 2013년에 나왔으니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케이온 블루레이는 살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긴 해서요. 나중에 일본 갈 수 있으면 중고품으로 구해 보려구요. 다운 받으면 비싸야 몇 만원에 해결되는데, 굳이 블루레이까지 사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이미 다른 작품들 굿즈 지르느라 돈이 많이 깨져서 자제는 필요합니다. 제 블로그에 해외직구 글이 있는 것도, 넓게 보면 케이온 때문이네요.


케이온은 블로그를 하게 된 계기

사실 이 블로그의 목표 중 하나는, 이미 여행 갔던 곳과 갈 곳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철도 패스' 글을 통해 일본 교통망에 대해 조사하고, '특이한 역 시리즈'를 통해 가볼 만한 철도 유적지/관광지를 발굴하고, '성지순례' 글을 통해 갔던/갈 성지순례지를 정리합니다. 일본 철도 뉴스를 정리하는 것도, 일본 철도 동향을 계속 주시하여 당장 내일이라도 일본으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케이온을 안 봤다면 일본 여행에 관심을 안 가졌을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 여행도, 일본 철도도, 서브컬쳐도 제 관심 바깥이었겠지요. 반대로 말하면 케이온이 있어서 이 "일본 여행과 소망"이라는 블로그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저도 일본어는 들으면 대충 뭔 소린지는 알고(약 20~30% 정도 이해), 지명 정도는 읽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철도회사 공지 같은 것도 대충 어떤 맥락인지도 알 수 있구요. 지금은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이 글자가 저런 의미였구나 하고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빨리 국경이 열러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 재미도 없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케이온이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제 블로그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케이온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겠죠? 사실 제 블로그에도 이 때의 노하우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케이온과 관련된 추억이 있으신가요? 케이온이 아니더라도 성지순례 해 보신 경험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억은 나누면 두 배가 되니까요 ^^ 그리고 댓글을 안 남겨 주시면 제 글을 보시는지 안 보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에피소드 몇 개 더 풀겠습니다. 이런 글은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반응도 없는데 쓰기는 부담스럽네요. 

label

댓글 2

  1. icon
    익명
    # 2023년 1월 29일 오후 1:27
    저도 방금 토요사토에 성지순례 했다가 이 글을 우연히 보았네요. 배터리가 6퍼센트 남아서 짧게 쓰지만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케이온 3기 기원..!
    • icon
      바람 Author
      # 2023년 1월 29일 오후 7:52
      우연한 계기에 제 블로그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을까요? 토요사토역 앞에 있는 빵집이 아직도 영업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이 글을 읽어보니 옛 생각도 새록새록 나고 좋았습니다.

      관광지 구경보다는 성지순례가 더 재밌더라구요. 앞으로도 블로그 많이 방문 부탁합니다.

댓글 쓰기

취소

댓글 작성이 안 되실 경우 아래 링크를 이용해 주십시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