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유철도 '수송의 황금기', 그 중 1975년 3월 시각표를 구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국철 최초로 운행km을 줄인 1978년 고산토오 다이어 개정 직전인 만큼 다양한 장거리 재래선 열차들도 많이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 시기는 재래선 급행과 특급, 그리고 장거리 보통열차도 많이 운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신칸센이 없던 주요 간선은 보통열차 뿐만 아니라 온갖 급행, 특급 및 야간급행열차와 침대특급열차도 많이 다녔습니다. 침대특급과 야간급행이 간선 이곳저곳을 다니며 야간수요를 흡수했고, 야간보통열차가 보조했습니다.
시각표 탐방을 하다보니 이때의 일본 주요간선은 도카이도 본선 정도를 빼면 하나의 노선에 단거리/중거리/장거리 수요를 보두 받아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우에노역은 복선으로 2개 노선(도호쿠 본선, 다카사키선), 장거리까지 하면 4개 노선(+신에츠 본선, 조에츠선) 수요를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오미야까지는 3복선(도호쿠 본선+게이힌 도호쿠선+화물선)이라서 단거리 수요는 빠진다는게 다행이겠지요.
여기까지 생각을 미치니, 과연 우에노역 시각표 상태가 어떠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알아 보시죠.
우에노역의 오전. 다음 보통열차는 한시간 뒤?
로컬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쿄 한복판에 있는 우에노역 이야기 맞습니다. 꼴랑 복선에 보통열차에 더해 도호쿠 본선, 신에츠 본선, 조에츠선 특급/급행열차들이 굴러다녔습니다.
09시부터 12시까지 우에노역 시각표를 보시겠습니다. 11시 50분부터 12시 44분까지 우에노발 보통열차는 전무하며, 특급과 급행이 꽉꽉 채워 다닙니다.
시간 | 도호쿠 본선 보통 | 다카사키선 보통 | 도호쿠 본선 특급/급행 | 다카사키선 특급/급행 |
---|---|---|---|---|
08 | 13 23 44 52 | 20 50 | 00 04 10 41 | 8 16 34 38 47 |
09 | 14 22 44 | 20 53 | 00 10 31 41 | 17 34 38 47 |
10 | 44 | 20 52 | 00 04 30 41 | 17 34 38 47 |
11 | 19 50 | 00 40 | 08 34 38 | |
12 | 44 | 19 53 | 00 04 30 | 16 38 47 |
13 | 14 44 | 20 48 | 00 04 30 | 17 34 38 |
11시에는 다카사키행 보통열차가 없습니다. 대신 오미야 발 11:38, 12:32 보통열차가 있었습니다... (도호쿠 본선은 오미야발 보통은 없었습니다) 그 외 시간대도 보통열차는 많아야 두편. 나머지는 전부 특급/급행열차로 꽉꽉 찬 노선입니다. 이미 게이힌 도호쿠선 전용선로라도 건설이 완료되었다는 것이 다행일 따름입니다.
북쪽으로 온갖 행선지의 재래선 급행과 특급들이 다녔습니다. 나름 패턴도 있었는데 0분은 센다이행, 4분은 야마가타, 아키타행, 30분은 아오모리행, 41분은 센다이/아이즈행 등이었습니다. 다카사키선 특급/급행도 17분, 38분은 대체로 조에츠선 경유, 34분, 47분은 대체로 신에츠 본선 경유였습니다. 가까이는 미나카미나 나가노, 니가타. 멀리는 가나자와나 아키타까지 갔습니다
보통열차도 지금은 없는 행선지가 많습니다. 매시 44분 보통은 닛코행 열차였습니다. 11시 19분 열차는 이치노세키행(!) 보통열차였습니다. 여기에 적지는 않았으니 16시 14분에 후쿠시마행 보통열차도 있었는데 이치노세키행 앞에서는... 마치 한국의 무궁화호를 보는 듯 합니다.
다카시카선 열차는 거의 다 다카사키행이고 간간히 미나카미, 마에바시행 열차가 섞여 있었습니다. 5시 53분, 13시 48분 열차가 나가오카행 보통이긴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행선지죠.
우에노역의 저녁. 급행과 특급이 자리를 비키다.
보통열차가 낮 시간대에 도호쿠 본선, 다카사키선 방향으로 각각 2편씩 다녔습니다. 그리고 17시. 셀러리맨들이 퇴근할 시간대죠. 특급과 급행은 잠시 보통열차에게 자리를 비켜 줍니다. 18시대. 막차가 끊기기 전 마지막으로 주간급행/특급이 몇 편 더 운행합니다.
구분 | 도호쿠 본선 보통 | 다카사키선 보통 | 도호쿠 본선 특급/급행 | 다카사키선 특급/급행 |
---|---|---|---|---|
16 | 14 44 | 24 53 | 00 04 10 30 40 | 17 34 38 47 |
17 | 07 14 23 32 39 49 | 09 18 28 43 52 | 00 04 | |
18 | 14 27 44 52 | 11 20 37 57 | 00 23 40 | 08 17 34 47 |
낮 시간대에는 도호쿠 본선 2편, 다카사키선 2편씩 보통열차가 다니고 나머지는 특급과 급행으로 꽉꽉 채웠는데, 이제는 퇴근하는 셀러리맨을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보통열차가 증발됩니다. 17시대는 거의 다 보통열차입니다. 00분 L특급 히라비 11호 센다이행, 04분 특급 야마비코 3호 후쿠시마 경유 야마가타행 정도를 빼면요.
이 시간대에도 오미야발 보통열차가 몇 편 있습니다. 오미야에서 17:27에 출발하는 카고하라행, 17:29에 출발하는 보통 코가네이행, 17:04와 18:04에 출발하는 신마에바시행이 있었습니다. 도호쿠 본선 수송을 우선으로 하고 다카사키선 열차는 오미야발 열차로 보충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에노역의 밤. 야간열차의 시간
이 뒤는 야간급행열차와 침대특급열차의 시간입니다. 19시 정각 센다이행 L특급 히바리 13호, 19시 34분 나가노행 L특급 아즈사 8호, 19시 38분 니가타행 L특급 토키 13호. 이 열차를 끝으로 주간급행열차의 운행은 끝납니다.
야간급행열차의 첫 포문은 아오모리행 급행 핫코다(19:10 발, 그린샤 있음)가 첫 포문을 엽니다. 이제는 완전한 야간열차의 시간입니다.
도호쿠 본선 (+ 오우 본선) 경유 정기 야간급행/침대특급열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매일 운행하지 않았던 열차는 제외합니다. 많이 들어본 열차도 많을 것입니다. 오우본선 경유 열차는 오우 본선내 도중하차를 하지 않는 한 도호쿠 본선 경유 승차권 사용이 가능한 특례가 있었습니다.
- 급행 핫코다 / 아오모리행 / 19:10 발 / 도호쿠 본선 경유
- 급행 츠가루 1호 / 아오모리행 / 19:27 발 / 오우 본선 경유
- 침대특급 아케보노 1호 / 아키타행 / 22:00 발 / 오우 본선 경유
- 침대특급 하쿠츠루 / 아오모리행 / 22:20 발 / 도호쿠 본선 경유
- 침대특급 아케보노 2호 / 아오모리행 / 22:24 발 / 오우 본선 경유
- 침대특급 호쿠세이 / 아오모리행 / 22:35 발 / 오우 본선 경유
- 급행 츠가루 2호 / 아오모리행 / 22:41 발 / 오우 본선 경유
- 급행 데와 / 사가타행 / 23:04 발 / 오우 본선, 반에츠 사이선 경유
- 급행 이와테 3호 / 모리오카행 / 23:32 발 / 도호쿠 본선 경유
- 급행 아츠마 2호 + 한다이 6호 / 센다이 + 아이즈와카마츠행 / 23:55 발 / 도호쿠 본선 경유
다카사키선 (+ 신에츠 본선, 조에츠선) 경유 정기 야간급행/침대특급열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키타행 열차는 도중하차하지 않는 한 오우 본선 운임을, 가나자와행 열차는 도중하차하지 않는 한 신에츠 본선 운임을 징수했습니다. 급행 노토가 비교적 최근(그래봤자 10년도 훨씬 더 전)까지 운행한 열차네요.
나가오카행 보통열차가 끼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삿포로-네무로간 보통 '카라마츠'에는 침대가 달려 있긴 했지만, 22:13발 보통은 이름도 없고 침대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나가오카발 우에노행 야간보통열차는 없었습니다.
- 급행 에치젠 / 후쿠이행 / 20:51 발 / 신에츠 본선 경유
- 침대특급 호쿠리쿠 / 가나자와행 / 21:18 발 / 조에츠선 경유
- 급행 노토 / 가나자와행 / 21:48 발 / 조에츠선 경유
- 보통 / 나가오카행 / 22:13 발 / 조에츠선 경유
- 급행 텐노가와 / 아키타행 / 22:38 발 / 조에츠선 경유
- 급행 사도 4호 / 니가타행 / 23:20 발 / 조에츠선 경유
- 급행 묘코 5호 / 나오에츠행 / 23:58 발 / 신에츠 본선 경유
도호쿠 방면 열차는 도호쿠 본선 경유만 있는 것이 아니죠. 조반선 경유 열차도 있습니다. 조반선 경유 도호쿠행 야간열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침대특급 유즈루 1호 / 아오모리행 / 19:50 발
- 침대특급 유즈루 2호 / 아오모리행 / 20:00 발
- 급행 도와다 1호 / 아오모리행 / 20:40 발
- 급행 도와다 2호 / 아오모리행 / 20:50 발
- 침대특급 유즈루 3호 / 아오모리행 / 21:40 발
- 침대특급 유즈루 4호 / 아오모리행 / 21:50 발
- 틉대특급 유즈루 5호 / 아오모리행 / 22:10 발
- 침대특급 유즈루 6호 / 아오모리행 / 23:00 발
- 침대특급 유즈루 7호 / 아오모리행 / 23:05 발
- 급행 도와다 3호 / 아오모리행 / 23:21 발
도호쿠 본선, 다카사키선 보통열차 이야기도 해야겠죠. 몇 대 없었습니다. 낮과 달리 오미야발 도호쿠 본선 열차가 많은데, 도호쿠 본선행 특급/급행이 더 많았던 영향이 아닐까 하고 상상만 해 봅니다.
- 도호쿠 본선: 19:16, 19:44, 20:12, 20:44, 21:36, 22:07
- 오미야 발: 21:55, 23:22, 23:55
- 다카사키선: 19:07, 19:20, 19:40, 19:55, 20:15, 20:54, 21:25, 22:13, 22:55, 23:24
세이칸 연락선
10분 간격으로 침대특급 유즈루 호가 출발하는 것을 보면 당시의 야간여객수요가 어마어마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유즈루 호가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연달아 출발한 이유는 있습니다. 홋카이도 방면 세이칸 연락선과 연락되는 열차이기 때문입니다. 배 한척은 침대 20명, 그린샤 96명, 자유석 그린샤 244명, 그리고 보통여객 970명이 정원이었습니다. 열차 한 대만으로 연락선을 다 채우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우에노발 야간열차 중 세이칸 연락선과 연락 가능한 열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오우 본선 경유 야간열차와는 환승안내를 하지 않았는데 소요 시간이 과도하게 길었기 때문입니다.
- 세이칸 연락선 3호(5:25 출항): 침대특급 유즈루 1호, 2호
- 세이칸 연락선 5호(7:30 출항): 침대특급 유즈루 3호, 하쿠츠루
- 세이칸 연락선 7호(9:50 출항): 침대특급 유즈루 5호
- 세이칸 연락선 17호 (10:15 출항): 침대특급 유즈루 6호, 7호
- 세이칸 연락선 21호 (12:05 출항): 급행 도와다 3호
세이칸 연락선을 이용해 혼슈와 홋카이도를 오가는 여객을 위한 특례도 있었습니다. 보통 국철 열차는 1개월 전에 예약 가능한데 세이칸 연락선을 탑승하는 여객은 1개월 하루 전에 예약할 수 있는 특례입니다. 자정 이후 아오모리를 출발하는 급행/특급열차, 그리고 우에노발 야간열차와 연락되는 세이칸 연락선과 환승 가능한 하코다테발 급행/특급열차가 그 대상입니다. 세이칸 연락선을 타고 바다는 건너갔는데 열차 표를 못 구하는 승객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을 했을까 상상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이때는 JNR 패스도 없던 시절이긴 하지만, JR패스가 있었다면 매일매일 열차에서 숙식하며 여기저기 많이 재밌게 다닐 수 있었겠다는 상상도 해 봅니다.
다음 번에는 도호쿠, 조에츠 신칸센 개통 이후의 우에노역 발착 열차를 알아보겠습니다.
같이 보기: 도쿄에 오지 못한 신칸센, 신칸센 릴레이호가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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